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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회의 관련 추천 도서

레테210 2019. 7. 22. 18:43
일본회의의 정체
국내도서
저자 : 아오키 오사무 / 이민연역
출판 : 율리시즈 20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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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민정수석이 오늘 청와대에서 열린 비서관/보좌관 회의에 <일본회의의 정체>라는 책을 들고 나타나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회의' 관련도서라면 나는 스가노 다모쓰의 <일본 우익 설계자들>(원제 : 日本会議の研究, 2017, 살림)을 추천한다.

출간 당시 일본에서 품절 사태까지 일으켰던 화제의 책이다. 

일본 우익 설계자들
국내도서
저자 : 스가노 다모쓰 / 우상규역
출판 : 살림 2017.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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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2016년에 이 책의 외서출간검토서를 써서 여기저기 모르는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다가

아쉽게도 '비슷한 책을 이미 출간했다'는 등의 이유로 물만 실컷 먹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알기로 '일본회의'에 관해 이렇게 심도있게&흥미롭게 다룬 대중서는 이 책이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지만.. 

(해당 원서에 대한 포스팅은 https://midnight-express.tistory.com/233 페이지를 참고)

그 후 다른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된 것을 확인했지만 책 내용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안다.

(사견이지만 빨간 동그라미가 하나 뙇!하고 있는 게 다인...너무 심심한?? 표지 디자인도 한몫 했을 듯...)

 

평범한 회사원으로서 극우단체의 집회를 밀착 취재하고 방대한 자료를 정리해 이런 결과물을 내놓은 저자의 성실함에 감탄하면서도

똑같은 '성실함'이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세상을 움직이기 위해 발휘되는 일본회의의 집요함에는 기가 차다 못해 간담이 서늘했다. 

출간검토서 작성 당시 나는 일본회의의 정체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일본회의


미일안보조약 문제로 갈등이 고조된 70년대 초 일본 대학가. 

좌파학생운동에 반발하던 종교단체 <생장의 집>의 청년 신도 모임을 모태로 탄생했다. 

이후 여러 우익단체 세력을 규합하며 현재 일본 최대의 보수결사로 성장. 

'재특회'나 '넷우익'이 한국의 '일베'처럼 '컴퓨터와 모바일기기를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비교적 최근에 활동 기반을 확대해 왔다면, 

'일본회의'는 연령, 성별, 지역적으로 훨씬 광범위한 구성원을 거느리고 수십 년 동안 한결같은 운동을 전개해 왔다는 점에서 

일본 보수 세력의 보편성, 지속성을 보여준다 할 수 있다. 

활동 목표도 단순히 평화헌법 개정 및 메이지헌법 부활, 안보법 통과 등 정치안보 분야를 넘어 

연호 법제화, 교육기본법 제정, 부부별성 저지, 남녀공동참여형사회 반대 등 사회 전체적인 수구로의 회귀를 주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지자체에 대한 성명서 채택 압박 및 청원운동, 서명운동, 기관지 발행을 수십 년 동안 지속해왔다. 

조직 출범 당시 청년이었던 '한 무리의 사람들'은 이제 고령이지만 여전한 노익장을 과시하며 

일본회의 및 그 주변 보수시민단체, 정권의 싱크탱크에서 중추를 담당하거나 내각 전면에까지 포진한 상태. 

그리고 2016년 7월 10일, 개헌선 확보 여부가 판가름 날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들은 지난 40년간 추진해온 '보통 국가 일본'의 시동을 걸기 위해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다. 

 

위에도 적었다시피 2016년 7월에 개헌선 확보 여부를 가르는 참의원 선거가 있었다. 

그리고 어제, 또 한 번의 참의원 선거 결과가 발표되었다.

일본 참의원 선거는 3년마다 전체 의석의 절반을 선출한다.

지금 뉴스에는 어제 선거 결과를 놓고 '개헌안정권 확보 실패'로 평가하는 기사가 대부분이다. 

당장의 선거 분석 자체는 틀렸다 할 수 없다. 

다만 이 책을 읽고나면

일본회의가 오랜 세월 한결같이 그려온 큰그림(?) 속에서, 이런 선거들은 징검다리 하나하나에 불과함을 알 수 있게 된다.

저편 강기슭까지 가는 데 한번에 모든 돌을 놓지 않고, 올해 하나, 내년에 하나,

물살에 떠내려가면 내후년에 또 하나, 그리고 그 다음 해에 또 하나...하는 식이다.

서두르지도, 지치지도, 포기하지도, 멈추지도 않는다.

 

내용이 이렇다보니 딱딱한 책일 것 같지만,

책은 뜻밖에 소설같은 느낌도 난다. 

거짓말, 픽션이라는 게 아니라 구성이 그렇다는 얘기다. 

일본회의 초창기와 깊은 관련이 있는 미스터리한 종교단체 '생장의 집'의 과거, 현재

혹은 그 속에서 나타나고 사라진 인물들을 추적해 가는 부분은 가히 추리소설을 방불케 한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그리고 한국인이니만큼 단순히 '재미' 위주로 추천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왕 읽는 것 재미까지 있으니 책으로서 더할 나위 없다. 

 

며칠 전, 방치돼 있던 이 블로그에 하루에 갑자기 천 명이 넘는 사람이 방문하더니

오래 전 조금 욱하는 마음에 번역해서 올려놓은 기사에 순식간에 댓글이 열 개나 달렸다. 

TV를 봐도, 팟캐스트를 들어도, 온통 일본, 아베, 일본, 아베다. 

하지만 총리 '아베'의 뒤에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인지 우리가 얼마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한국 사회가 일본의 우경화를 진지하게 우려한다면

TV 연예프로그램 보며 애먼 일개 연예인에게 '너네 나라 돌아가' 하며 열을 내거나

일본 여행 다녀온 사람 추적해서 때려대기 전에

이런 책을 베스트셀러에 한번은 올려놔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 같은 때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권의 책일지도 모른다.  

 

 

# 출간검토서가 물먹었다고 적은 데서 알 수 있듯, 개인적으로 해당 원서 몇 번역서의 저자, 역자, 출판사와 아무런 관계도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