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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출판계는 아이히만 투성이인가

레테210 2020. 1. 16. 19:04

 

 

私は本屋が好きでした

 

 

 

<나는 책방을 좋아했습니다>

일본인 저자가 '일본 서점에서 혐오 서적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파헤친 책.

'출판계는 아이히만 투성이'라는 아사히신문 기사 제목에 끌려 읽어보았다.

https://www.asahi.com/articles/ASMDB5HW7MDBUCVL01G.html

「出版界はアイヒマンだらけ」業界取材の第一人者が憤る:朝日新聞デジタル

 『私は本屋が好きでした』 過去形のタイトルが付けられた新刊本が、書店関係者の間で物議をかもしている。 それもそのはず、著者は、ライターの永江朗さん。書店の取材を三十数年続け、出版業界取材の第一人者と…

www.asahi.com

 

책이 좋아 서점에서 일하게 됐고 출판계에서 글밥 먹고 산 지 수십 년이라는 저자 나가에 아키라.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한때 누구보다 서점을 좋아했지만 이제 발길을 끊은 곳이 적지 않다. 

이유는 '혐오 서적이 판치는 매대가 꼴보기 싫어'서.

어느날 보다 못해 총대 메고 쓰기 시작한 이 책을 최종 탈고하기 까지 5-6년의 시간이 걸렸는데

혐오 서적이라는 주제로 책을 쓰는 것조차 괴로웠기 때문이라고. (오죽했으면…!)

 

그가 분석한 '서점에서 혐오 서적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일본 출판계의 다음과 같은 구조에 있다. 

- 저자/출판사>>도서총판>>서점>>독자

언뜻 익숙한 구도지만, 이 안에 일반 독자들은 모르는 점이 있다.

일본에서 서점에 책이 깔릴 때, 그 책들의 대부분은 서점 측에서 총판에 주문한 책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들어오는 책들이라는 사실이다.
(한국도 비슷한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어떤 책을 어느 서점에 얼마만큼 깔지는 총판측에서 서점의 규모와 입지, 실적에 따라 결정한다.

그런데 또 대금 지불은 선납이다.

안 팔린 책은 최종적으로 반품한다지만 일단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값도 지불한 물건인 이상,

그게 양서든 혐오서적이든 서점 입장에서는 팔리는 것이 중요해진다.

야채장수가 새벽부터 도매시장에 달려가 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가며 떼 온 신선한 채소를

온전히 자기 책임 하에 파는 것과는 다른 시스템이다. 

이런 특이한 구조가 일본 출판업계, 특히 서점 직원들로 하여금 '책을 선별하는' 안목을 도외시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저질 혐한, 혐중 서적이 판치는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혐오 문제가 출판계의 구조적 문제에만 귀인시킬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애초에 아무도 읽고 싶어하지 않은 책이 단순히 구조적 문제만으로 그렇게 큰 시장을 형성할 수는 없다. 

만약 다른 나라의 출판 유통 구조도 비슷비슷하다면 유독 일본에서 혐오 서적이 두드러지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힘들다.

결국 일본이라는 나라가 끌어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 이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이 문제의 근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은

때로는 한 개인의 직업인으로서의 윤리 의식이

어떤 거대담론이나 정의, 당위보다 더 호소력있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 명의 히틀러가 태어나는 것을 막지 못했더라도

만 명의 아이히만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았더라면

20세기 중반의 모습이 우리가 아는 것과는 또 조금쯤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뭐 그런 얘기)

 

그 고뇌의 결과물인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 부분은 출판계 인사(주로 서점 경영인)들과의 대담,

중간 부분은 우익 서적을 발간한 적 있는 편집자 및 저자, 저널리스트와의 인터뷰,

후반부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이어진다. 

책의 중반 정도까지 혐오 서적을 만들고 파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나면

자연스레 '그럼 (혐오 서적의) 독자는 어떤 사람들이지?'하는 물음이 떠오른다. 

이 점에서 개인적으로 우익 논객 후루야 쓰네히라와의 인터뷰가 무척 흥미로웠는데,

요즘 어떤 이유인지 우익 때리기 논객으로 변신해 변절자 소리를 듣고 있는 모양이지만

어쨌든 우익, 혹은 넷우익, 혹은 혐오 서적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임에는 틀림 없다. 

('일본 보수, 우익'이라고 하면 한국인 입장에서야 초록은 동색이지만

사실 그 안으로 들어가보면 나름 촘촘한 그라데이션(?)이 있다. 

그들끼리 주고받는 비판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이 보이기도 하고)

 

나 역시 오래전 일본 서점에서 혐한 서적을 마주치고 밀려드는 당혹감과 분노에 압도당한 적이 있고

지금은 어머니가 재일교포인 일본인 친구를 통해 혐오발언, 혐한 서적 문제를 생각하던 참에

이런 책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욕심나는 책이고 한국에도 꼭 소개되었으면 한다.

생각해 볼 만 한 곳, 줄 치고 클립 끼워둔 곳은 무척 많은데

지금 시간이 없어 무작위로 한 문단만 대강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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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서적은 포르노와 다르다.

많은 포르노물이 성차별의 구조 위에 만들어져 차별을 더욱 조장하는 성질이 있으며

공정성이 결여된 환상을 사람들에게 퍼뜨리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포르노는 성차별을 목적으로, 차별을 조장하기 위해서,

거기 등장하는 여배우 혹은 사회의 여성 일반을 깔아뭉갤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때가 적지 않지만)

반면 혐오서적은 특정 집단 사람들을 상처 주고, 두려움에 떨게 하며, 피해를 줄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포르노는 포르노인데 리벤지포르노에 가깝다.

흉기와 같은 표현물이다.

이는 재일 한국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큰 상처를 입힌다.

한반도 출신 일본 국적자뿐 아니라 그 파트너와 가족, 친구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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