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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마사오를 후려치고 싶다(丸山真男をひっぱたきたい)

레테210 2016. 5. 30. 23:23


働いても働いても豊かになれない。

(아무리 일해도 풍요로워질 수 없다)

 

대학원 1학년 때 교수님께서 일본어 강세와 억양 연습용으로 나눠주셨던 스크립트의 첫 문장이다.

2007년에 받았으니까 거의 10년이 다 돼 가는데

문장의 표면적인 의미야 뻔하지만 그 심각함이 당시만 해도 한국인인 나에게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았다.

한국은 그 불과 몇 년 전 '부자되세요'가 유행어로 선정될 정도였고 2007년이면 서브프라임사태가 터지기도 전이니까.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아무리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든 사람은 일본에도 한국에도 많다.

다만 요즘 한국의 경제, 산업, 고용(특히 청년 일자리) 관련 뉴스를 보며 드는 위기감은 10년 전의 그것과는 질적인 면에서 분명 다르다.

그런데 지금과는 달랐던 그때 나는 글의 출처가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고,

그저 여자 성우의 예쁜 목소리와 억양을 따라하느라 늦은 밤 안 어울리게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쥐어짜던 기억만 난다.

그러다 얼마전 우연히 알게 된 아카기 도모히로(赤木智弘)라는 젊은-젊다고 해도 그도 이제 어느덧 40대-일본 논객의 글을 읽던 중

2006년 여름에 방영된 NHK스페셜 <워킹푸어>편에 위 문장이 나레이션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카기 도모히로는

흥미로운 데뷔 경력을 가졌다.

일단 친할아버지가 한국 국적이라고 하고...(이건 별로 상관은 없겠지만)

컴퓨터쪽 학교를 졸업한 뒤 프로그래머로 1년 가량 일하다가

그만 두고 편의점 알바를 시작했고 이후 죽 프리터로 지낸 모양.

글을 좀 쓰는 편이었지만 직업 저널리스트나 기자는 아니라서 그냥 자기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정도였는데

그걸 아사히신문 기자가 알아보고 아사히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논좌(論座)> 2007년 1월호에 데뷔작(?)을 싣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아예 논객으로 전향한 듯. 지금은 공저를 포함해서 저서가 꽤 된다)

 

그 글이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고(이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미네르바'를 살짝 떠올림) 한국에서도 2013년 SBS스페셜에 일부가 소개되었다.

글의 장르는 뭐라고 해야 하나, 논문도 아니고 수필도 아니고 시나 소설은 더더욱 아닌...

논평이긴 한데 왠지 '호소문'에 가깝달까. 사회에 대한 도전장이라고 하기에는 어조가 너무 처절하고...

시작 부분이 충격적인데 글을 읽다보면 더 놀라게 된다. 글 속에 묘사된 당시 일본과 지금 우리 현실의 거의 100%에 가까운 싱크로율 때문에.

그 글을 번역해서 지인들에게 보여준 적이 있는데(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일본어와 무관)

"중간중간 등장하는 고유명사만 아니었으면 이 글을 일본인이 썼다는 사실을 깜빡할 정도였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글 자체도 퍽 잘 쓴 편이다. 문장이 힘이 있고 에둘러 말하는 법 없이 명료하다.

그렇다고 그의 주장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군데군데 우파논객 특유의 논리의 비약과 지나친 단순화가 눈에 띈다.

이후 썼던 다른 글에는 개인적으로 더욱 더 동조할 수 없는 주장이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의 주장에 '일말의 이해'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마도 선동적인 문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제목과 본문 말미에 등장하는 마루야마 마사오는 전후 일본의 저명한 정치학자다.

리버럴리스트로서 군국주의와 파시즘에 매서운 비판을 가했던 최고의 지성인데

아카기는 왜 그런 대학자를 '후려치고 싶다'고 한 것일까?

견해의 차이가 있고 없고를 떠나 그저 글 자체만 놓고 봐도 한번 읽어볼만 하다.

그간 사회가 좋은 쪽으로는 별로 달라진 게 없어서일까? 10년의 시간차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전문이 번역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조만간 이 글의 발췌 번역문을 올려볼까 한다.

일단은 일본어 전문부터.

 

"丸山真男をひっぱたきたい" 전문URL ->http://www7.vis.ne.jp/~t-job/base/maruyama.html

(글이 좀 긴 편인데 PC보다 모바일이 차라리 읽기에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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